[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9월 12일 저녁, 경북에서 유례없는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5.8 강진은 1978년 외국에서나 듣던 얘기였다. 서울에서 진동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지금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에는 등 경북 지역 사람들의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진 자체도 그렇지만 이번에 지진이 난 경주·울산 부근은 월성·고리 원자력발전소와 가까워 더욱 위험하다. 5년 전 일본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터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전 세계인이 알고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는 9월 13일 "핵 없이 안전한 창조 세계를 만들자"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환연은 "핵발전소 사고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창조 세계의 생존을 위협한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창조 세계를 돌보라고 청지기로 부름받은 것이지, 창조 세계의 생존을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는 핵발전소 가동이라는 죽음의 길과 핵발전소 중단이라는 생명의 길 앞에 서 있다"고 했다.
다음은 지진 발생에 대한 기환연 성명서.
핵 없이 안전한 창조 세계로
너는 이 백성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나 주가 말한다. 내가 너희 앞에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을 둔다. (예레미야 21:8)
2016년 9월 12일 저녁 7시 44분 경주 남남서쪽 9km 지점에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어 저녁 8시 32분 최초 진앙지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이번 지진은 국내에서 기상청이 계기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지진입니다. 문제는, 지진의 진앙지가 월성원자력본부와 월성방폐장이 위치한 나아리와 직선거리 30여km, 고리원자력본부와 50여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보도 자료를 통해 국내 핵발전소가 6.5~7.0의 규모를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되었기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월성 1~4호기는 수동 정지, 신월성 1~2호기 및 다른 핵발전소는 계속 가동 중 입니다. 실제 안전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아닌 육안상 조사로 안전하다고 말하며 가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울산 LNG 복합 화력 4호기는 이번 지진으로 가동 중지되었으며 부산, 울산, 경주, 포항에 이르기까지 아파트에 금이 가거나, 유리창이 깨지고, 벽이 갈라지는 등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이미 2~3도 규모의 여진이 180여 차례가 발생한 비상 상황임에도,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입니다.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에서 5.0의 지진이 발생하고 2달이 지난 지금, 5.8의 지진이 내륙에서 발생했습니다.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자주, 어떻게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전을 담보로 핵발전소를 가동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부산(고리)-울산(신고리)-경주(월성)-영덕(천지 예정)-울진(한울) 핵발전소는 모두 지진이 발생한 경주, 울산 지역과 인접해 있습니다. 지진의 여파가 혹 핵발전소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지진의 위험 속에서 추가 핵발전소를 건설하거나,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우리의 목숨을 스스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핵발전소를 멈추는 것만이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길입니다.
우리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자연의 재해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여실히 보았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수습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창조 세계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창조 세계를 돌보라고 청지기로 부름 받은 것이지, 창조 세계의 생존을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한국교회는 핵발전소 가동이라는 죽음의 길과 핵발전소 중단이라는 생명의 길 앞에 서 있습니다. 핵 없이 안전한 창조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하나님이 주신 햇볕과 바람,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우리 삶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제는 생명의 길로 걸어가야만 합니다.